1. 첫번째 편지

원장님의 염려 덕분에 무사히 잘 도착햇습니다. 리용역에서 3시간 반, 일반SNCF 특급(180프랑), 빠르고 쾌적, Bank Lyon 잔고 증명 발급(10월2일), 체류증 발급(임시-3개월용, 10월 3일), SUEE방문(10월2일), 수업 및 접수 반 배정은 10월 9일 월요일예정, 이곳 CROUS는 4-7층 건물 5동으로 (A,B,C,D,E) 거의 이곳 대학의 학생들이고, 외국인은 소수 특히 한국인(1명), 식권 10장(153프랑), 이 도시는 교회(그림속)를 중심으로 한 번화가와 주위를 둘러싼 낮은 산, 여기저기에 주택들, 생각보다는 큰 도시입니다.
현재 이곳 저곳에 다니는 중입니다. 아침 저녁 기온이 낮고, 가끔 비가 오고 낮에는 화창한 햇볕, 모든 일정, 손짓 발짓 콩글리쉬로 해결중입니다. 물가는 파리(리용기준)보다 싸고 한국과 비슷합니다. 식당음식은 적응중이고 수돗물은 괜찮습니다.  

10월 5일.



2. 두번째 편지

안녕하십니까?
여기에 온 지도 2달 보름 정도가 지났군요.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분에 별일없이 생활 잘 하고 잇습니다. 요즘은 기숙사에서 틈틈히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만, 공간이 협소해서 마음 먹은 만큼 큰 그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씩 그리며, 한국에서처럼 제 리듬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지내면 크리스마스 방학(Vacances de Noël)이 시작되는데, 현재로의 계획은 그 동안 밀린 공부나 하고 그림이나 열심히 그려 볼가 합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기숙사에 푹 쳐밖혀 있겠다는 말씀입니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에고, 농담이고, 주위에서는 파리를 가니, 스위스를 가니, 스페인을 가니들 하면서 벌써들 난리법석을 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누구에게서도 프로포즈가 없군요.

그럼 이제 화제를 바꿔서, 며칠전(2주전) OMI로부터 편지가 왔는데, 병원 2군데를 방문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곳은 X-레이를 찍고, 도 한군데는 간단하게 몸무게, 시력, 키를 질문하는 면담이었습니다. 수수료는 없었습니다. 주위 학생들 말로는, 얼마 지나면 리용에서 편지가 올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경시청(Prefecture)에 가면 오리지날 체류증을 받을 수 있다고 햇습니다. 그 뒤에 그 체류증으로 CAF에 가서 알로까시옹을 신청할 예정으로 현재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외의 하루하루의 생활은 틀에 박힌 것처럼 똑 같은 생활의 연속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일전에 한국에서 원장님과 면담할 때 잠시 언급하셨던 것처럼, 예술학교 또는 미술학교로의 진학 문제에 대해 몇가지 여쭈어 보고자 합니다. 이곳 학생들의 말로는 언어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실기를 평가해서 입학을 허가해 주는 학교도 있다고들 하더군요. 학교 수업료는 비교적 저렴하고 또 장기간 체류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일전에 주신 여러 팜플렛과 자료를 읽어 보았습니다. 원장님이 보시기엔, 저 같은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는 어느 곳이며 입학 절차는 어떠하며, 수업내용은 어떤지 좀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요즘 한국의 날씨는 어떤지요?
이곳은  하루에도 비가 두번씩 내리고, 흐렸다 맑았다…..

이 편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그곳은 크리스마스가 임박해서 종로 거리 곳곳에서 캐롤송이 울리고, 거리는 온통 오고가는 인파들로 가득하겟지요. 저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 하는 희망과 각오로 새롭게 다짐들 하고……

새해에는 소원 성취하시고, 우선은 즐거운 성탄절, 메리 크리스마스, C.I.O.에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저 좀 팍팍 밀어주세요.

12월 11일

Joyeux Noël !
Bonne année et mes meilleurs voeux !



3. 세번째 편지

보내주신 자료 잘 받았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 올해는 한국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는지요 ? 이곳은 올해에 이상 기후라서인지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온도도 작년보다 무척 높다고 하더군요.

오늘(2001년 1월 3일, 수요일)오전 보내주신 자료를 아침밥을 먹으면서 3번을 계속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있는 l’Ecole des Beaux art에 직접 가 보았습니다. 그것에 계신 어떤 마담과 오랫동안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영어반, 불어반, 손짓 발짓.....결론은 3월경 신청서를 접수하고 5월경 테스트를 보고(데생, 예술사, Sculpture, 교수와 가지고 온 자료로 면담), 물론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불어 능력도 필요하고 그래서 모든 것이 OK이면 10월경 수업이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아 ! 그리고 작년 12월 29일 금요일 체류증(1년 유효, 2001년 9월 30일까지)을 발급받았고, 그날 바로 CAF에 가서 알로까시옹을 위한 서류 일체를 접수시켰습니다. 주위에는 6개월 체류증을 발급받은 학생들이 많은데, 등록도 1학기 밖에 안 한 나는 왜 1년 체류증이 나온지 그들도 나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니, 1차 병원(X-촬영)-2차 병원(면담)-3차 편지(경시청으로부터)-4차(OMI, 리용으로 부터의 편지)-5차(경시청 방문 및 체류증 갱신) 까지의 과정중에서 3차에 경시청(Préfecture)을 방문할 때 그곳 접수 담당자(외국인 담당)가 학교 서류의 복사본을 한 장 요구했는데, 그때 제출하는 서류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이 결정되는게 아닌가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A서류를 제출한 한 학생도 6개월 유효, B서류를 제출한 저는 1년 유효 체류증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외의 모든 과정은 모두가 똑 같은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정말, 이곳에서의 생활에서 절반은 이곳저곳 다니면 서류 만들기에 신경을 쓰다보니,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여러가지 배운점도 많았다고 봅니다. 어쨌든 시간은 변함없는 속도로 흘러서 어느덧 학교수업도 1월 8일-12일이면 끝나고, 그 다음주인 15일 시험(1차), 18일 시험(2차) 후면 1학기 수업은 끝나는군요. 현재로서는 2학기 등록의 생각은 없지만, 그것도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가 없군요. 물론 시험 성적이 형편 없을 거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테지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내주신 자료를 차분히 살펴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 저는 물론 직업적인 화가입니다. 날마다 많은 시간을 그림 그리는 일에 몰두해야 되고, 또 그 일로써 생활이 가능해야만 하는 그런 운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으로 왔고, 이곳의 언어를 배우고 있고, 또 이곳의 문화와 풍습, 예술계를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예술가라 관심은 오직 그림과 앞으로 제가 활동하게 될 미술계의 동향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지하수처럼 날마다의 영감, 바로 이 영감(이미지)이 다행이도 이곳에서도 떠올라 주어서, 아마 지금까지의 생활이 가능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몇 달전에 일찌감치 정리하고 귀국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지요. 그래서 바캉스(12월 23일-1월 7일)동안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품이 비록 크지는 않지만 차츰 모여지고 있고 그래서 기회가 되면 작품들과 한국에서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 등을 가지고 파리로 가서 갤러리 또는 화상(그림을 사고 파는 곳)을 방문해 볼까 하는게 현재로의 계획 아닌계획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림을 누구에게도 소개하거나 방문 또는 팔아본 적은 없습니다만, 이왕 이곳까지 온 이상 문전박대를 당할지라도 입구의 문 손잡이라도 한번 잡아 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 그래야 좀 덜 억울할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를 문의한 것도, 학교에 등록할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간 체류할 수 있고 또 방문 및 갤러리의 소개로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하는 학교는 다름아닌 다음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째, 파리에 있을 것, 아니면 그 근료라도.
둘째, 그림 그리는 일이 주된 일과가 될 수 잇는 곳.
셋째, 고로 당연히 언어를 문제 삼지 않는 곳.
넷째, 체류 비용이 저렴한 곳.

정말 이런 학교가 있을리는 만무하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나해서, 나름대로 이곳 저곳 인터넷, 서적, 잡지등을 뒤져보고 있고, C.I.O.에 편지를 보내는 것도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하신 C.I.O.에 좋은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신경을 써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파리의 체류비용이 만만히 않기 때문에 충분히 그림이 준비되면, 또 연휴 분위기가 좀 가라앉은 3월경 2-3주 날을 잡아서 한번 둘러보고, 물론 갤러리와 화상(그림을 사고 파는 곳)의 방문이 주요 일과겠지만 그래서 결과를 나름대로 분석하여 3월 27일 날짜로 정해져 있는 왕복티켓(타이항공 6개월 오픈, 3월 27일)으로 귀국하던지 아니면 오랫동안 파리지엥으로 남든지....운명에 맡길 뿐입니다. 파리 체류에 대한 가지고 계신 정보, 따끈따끈한 군고구마 같은 정보 있으시면..저 좀 팍팍 밀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