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는 유학, 결혼에 의한 귀화, 가족재결합 등 이민과 관련된 규정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 29일(화)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산하 각부처간이민통제위원회(Cici)는 “외국 유학생 선발 규정을 강화하고, 위장 결혼에 대항해 투쟁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매년 5만 명의 새로운 유학생이 오는 세계 3위 유학국가이다.
빌팽 총리 측근은 “이 조치는 프랑스에 오는 외국 학생들을 국적별로 할당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입국 전에 그들을 선발하는 조치를 강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히며 “우리는 최고 학생들이 다른 나라가 아닌 프랑스로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앞으로 프랑스로 유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현재 보다 더 추가된 “학생 비자를 얻기 위한 4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준은 - 학업계획(projet d'études) - 학력 및 개인 경력(parcours académique et personnel) - 언어능력(compétences linguistiques) - 출신 국가와의 상호 관계(état des relations bilatérales avec le pays d'origine)이다.
일단 선발이 되면 프랑스에 도착해 체류증을 얻는 절차는 현재보다 훨씬 간소해질 것이라고 빌팽 총리는 덧붙였다.
또 만약 학생이 ‘잠재력이 강하다’(석사 이상, 그랑제꼴 졸업 등)라고 판단될 경우 프랑스에 정착해 일을 할 수 있는 6개월짜리 체류증을 준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는 중국과 베트남, 세네갈, 마그렙에 위치하고 있는 CEF(Centre pour les études en France)가 멕시코, 한국, 레바논, 카메룬, 터키, 마다가스카르에도 설치된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니콜라 사르코지가 천명했던 ‘선택적 이민(immigration choisie)’ 원칙에 부합되는 것으로써 실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공부하려는 학생들만 받아들이겠다는 원칙에  사르코지와 빌팽 총리가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프랑스인과 결혼하거나, 가족간 재결합 필요에 의해 이민하는 경우도 기준이 강화된다. 먼저 프랑스인과의 결혼으로 인한 귀화(naturalisation)를 신청하려면 외국인 배우자는 프랑스인 배우자와 일정 기간 이상 같은 생활 공간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현재보다 약 2년 더 늘어난다. 따라서 프랑스 안에서 거주하는 커플의 경우 현재의 2년에서 4년, 외국에서 거주하는 커플은 현재 3년에서 5년 동안 ‘같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프랑스 국적으로의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이민통제위원회(Cici)는 또 가족 재결합 비자(regroupement familial)를 요구할 수 있는 최소 프랑스 거주 기간도 연장했다. 이에 따라 가족 재결합을 원하는 프랑스 내 거주자는 ‘2년 동안 프랑스 내에서 거주했다는 것’(현재는 1년)을 증명해야 한다.
프랑스정부부처간 이민통제위원회(Cici)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7만명의 외국인이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데 이 중 4만4천명이 프랑스 내 거주자와의 결혼하는 경우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프랑스 국적취득을 목적으로 위장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 수 존재한다. 프랑스 정부는 귀화 희망자들이 실제로 ‘결혼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과도적 기간을 늘림으로써 프랑스 국적 취득 기준을 까다롭게 한 것이다.
또 프랑스 유학생들에 대한 통제 역시 프랑스의 이민 통제에 있어 중요한 변수이다. 쉽게 말해 공부를 핑계로 프랑스에 정착하려는 목적을 가진 일부 학생들을 막겠다는 논리이다. 현재 프랑스에는 약 20만명의 외국학생들이 있는데 그 중 3/4 정도가 EU 외 지역의 학생들이며 상당수가 “공부가 끝난 후에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11월 초 니콜라 사르코지는 이미 이러한 추세에 대항한 ‘선택적 이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학생 비자와 관련하여 “본국에서의 심사를 거쳐 프랑스가 ‘선택’한 학생들은 프랑스에 오자마자 경시청에서의 간단한 절차를 통해 거의 자동적으로 체류증을 발급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에 이어 “프랑스에서의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학생의 경우 6개월 정도의 단기간 동안 프랑스에서 일을 하며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이민 규정 강화 정책은 얼마 전 프랑스 전역으로 번진 바 있는 소요 사태와 연결지어 볼 때, 프랑스가 이민자들에게 계속 ‘닫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망명, 취업이나 학업 이민, 결혼이나 가족재결합에 의한 정착 등 프랑스에 외국인들이 오게 되는 모든 이유에 대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걺으로써 향후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정착하는 이민자들이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프랑스 유학생 선발 기준에 ‘프랑스와 본국간의 상호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로 인해 재불한인들의 합법적인 정착과 한불 간 교육 및 인적 교류가 타격 받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우리 외교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에 생기는 CEF

프랑스학업센터(Centre pour les études en France)가 한국에 신설되는 건에 대해서 주불대사관 김일환 교육관은 “이 센터의 목적은 유학생들의 선별과 프랑스 유학 진흥의 두 가지가 있는데, 중국에 있는 센터의 경우 ‘선별’보다는 ‘진흥’ 쪽에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CEF가 있는 대부분의 나라가 마그렙, 아프리카 등의 국가이지만 한국에 생길 CEF는 중국의 경우처럼 프랑스 유학 진흥에 보다 무게를 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교육관은 또 “프랑스 정부 당국은 한국 유학생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프랑스에 좀 더 많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유학생들을 선별하려는 조치가 강화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랑스를 탐색하고자 단기간 유학을 오는 학생들에게는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