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이 만난사람] 佛 반세계화운동 간사 방튀라

"환경-삶의터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반대"

“반(反)세계화 운동은 언론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우리는 그 용어에 불만이다. 우리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형태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것이고, 그 뉘앙스의 차이는 중요하다. 우리는 ‘또다른 세계’를 지지한다. 우리의 기본 구호는 ‘또다른 세계가 가능하다(Un autre monde est possible)’는 것이다.”

프랑스의 반세계화 운동 시민단체 ‘아탁(ATTAC)’의 국제업무 간사로 일하는 크리스토프 방튀라(Ventura·28)는 당당하면서 젊은 이상주의자였다. ‘아탁’(시민 지원을 위한 금융거래 과세 추진협회)은 1998년 6월3일 탄생, 전세계적으로 40여개의 지부를 거느린 세계적 반세계화 운동 단체다. 프랑스에서만 전국 250개 지부에 3만5000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아탁’은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를 기점으로, 스웨덴 예테보리의 EU 정상회담, 이탈리아 제노아의 G7(서방 선진 7개국) 정상회담 등 대규모 국제회의장에서 벌어진 반세계화 시위를 주도했다. 올해 1월에는 브라질의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5만여명의 각국 반세계화 운동가들이 모인 ‘세계 사회 포럼’을 실질적으로 주관했다.

파리 13구의 ‘아탁’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방튀라 간사는 “아탁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프랑스에서만 매달 1000명의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대부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파리 본부에서 월급을 받는 상근 직원은 나를 포함한 7명뿐”이라고 소개했다.
이력서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그는 “내게 이력서는 없다”며 이렇게 대답했다. “파리 교외에서 태어났고,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미국의 자유주의’로 박사 학위를 땄다. 1998년 아탁에 가입해서 이듬해부터 국제 간사를 맡아 각국 지부와의 연락을 맡고 있다. 시애틀과 예테보리, 제노바 등의 시위 현장에 참여했다. 내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인물은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Bourdieu)다.”

아탁은 대단한 국제적 명성과는 달리, 아파트의 한 공간을 빌어서 사무실로 쓰고 있다. 건물 바깥에는 ‘아탁’이란 간판도 없고, 단지 현관의 출입문에 배치된 각층의 사무실 알림판에 ‘아탁’이라는 작은 글씨가 적혀있을 뿐이다. 방튀라같은 아탁의 상근 직원들은 많은 보수를 보장받지 못한다. 프랑스 시민운동 역시 배고픈 길이다.
방튀라가 나온 ‘사회과학 고등연구원’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을 양성하는 대학원 중심의 교육기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강단에 설 수도 있는 기회를 잡는 대신, ‘또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전세계를 상대로 한 운동에 뛰어들었다.
방튀라는 아탁이 표방하는 ‘또다른 세계’가 무엇인지 한국인들에게 요약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요약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에 따르면, 그것은 많은 가능성, 그러니까 시민단체, 노조와 지식인들이 상상했던 상호작용적인 사상을 통일하려는 의지다. 모든 다른 사람들이 함께 검증할 수 있는 사상의 연합이라고나 할까.”

과거의 진보적 운동과 비교할 때 아탁의 특징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음…한편으로는 신세대의 연합”이라고 주저없이 말한 뒤 “우리는 정당이 아니고, 총괄적인 프로그램이 없다. 우리는 사상의 실험실, 실천의 실험실이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규정한다. 이것이 큰 차이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탁의 정치적 목적은 단순하다고 강조했다. “지구촌과 환경, 사회를 파괴하는 세계화에 거부하는 것이고, 사회와 모든 형태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정치적 행위에 반대하는 것이다.” 아탁의 활동은 반(反)자본주의와 환경운동의 결합인 것처럼도 들린다. “우리는 각국의 문화와 개별적 차이를 넘어서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민중의 교육을 위한 정보화와 집중화를 지향한다. 민중을 일깨워서 사회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헤어지기 전에 기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건 내가 아닌데”라면서도 은근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에 잠시 퍼진 옅은 수줍음이 도도한 이론가 같았던 그를 진솔한 청년으로 보이게 했다.

파리=朴海鉉 특파원 hh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