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11년 6월 23일
http://mnews.mk.co.kr/mnews_062229.html
대학 버리고 금융 특성화高서 주특기 키워

외고 대신 상고 진학한 산은캐피탈 자금팀 이길수씨
증권상담사 자격증 이어 세무사 1차 시험도 합격…
학벌주의 사회 변했으면

"무조건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기보다는 제 인생에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제 적성에 맞는 직업 전문성을 고등학교에서 갖출 수 있다면 굳이 비싼 학비를 내면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산은캐피탈 재무관리실 자금팀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이길수 씨(22). 이씨는 2008년 2월 금융정보 특성화 학교인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2007년 말 이 회사에 입사했다.

최종 학력은 고졸. 이씨는 "금융 관련 실무를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남과 다른 길을 선택했다"며 "전문성을 보여주는 고등학교 졸업장이 자랑스럽다"고 당차게 말한다.

4년차 직장인으로 사내에서 성실하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이씨의 학생 시절을 살펴보면 대학에 안 간 게 신기할 정도다. 구로중학교 졸업 성적은 상위 0.4%. 인문계는 물론 외국어고등학교 진학도 충분히 가능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해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대학에 안 가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이씨는 진학이 아니라 `진로`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대학은 선택지에서 빠졌다.

이씨는 망설임 없이 `여자 금융사관학교`로 유명한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금융정보과에서 3년간 공부하며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최진수 서울여상 교사는 이씨를 "`똑`소리 나는 `똑순이`"라고 기억했다. 교내 금융정보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재학 중 증권투자상담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고,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증권경시대회에서 우수상을 타기도 했다.

이씨에게 대학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이씨는 "학력별 계층의식과 같은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필요가 있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소신 있게 자신의 적성에 따라 직업을 찾고 이에 필요한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금융 전문가가 되기 위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 중인데 1차는 합격했고 다음달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고등학교밖에 안 나왔다`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에요.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인재가 필요한데 모두가 대졸자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전문성을 갖춘 고졸자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학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학벌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사카 세이지 세종대 교수는 "일본이 전통적으로 기술자를 존중하는 사회라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기술이나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실업계 고졸자를 인정하고 우대해 주는 일본 기업 문화를 참고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임영신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