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France > 프랑스 조기유학 가이드 > 셍드니 중고등학교출신 바깔로레아 S 를 통과한 김정현씨의 유학수기

김정현씨는 고교 재학중 "Saint-Denis (Elit)" 학교로 조기유학을 떠나, 프랑스의 대학 입학능력 시험인 Baccalauréat (바깔로레아, 이하 BAC)에 합격하였으며, 현재는 Université de Tours (뚜르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에 올라갔을 땐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100% 불가능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불어로 고 3 과정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난생 처음 배우는 철학은 이해나 할 수 있을지, spécialité (전공)로 선택한 수학은 따라갈 수 있을지 처음엔 많이 걱정됐었다. 2004년에 BAC을 못 따면 유급을 해도 그만이었지만, 비싼 학비도 학비였지만, 그 때 당시 그 학교에 1년을 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절로 몸서리가 쳐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2004년에 졸업을 해야만 했다.

시작하기도 전에 온몸으로 부담감을 느낀 채 3학년을 시작했다. 2학년을 놀며보내지만은 않아서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하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다. "무조건 파기"!
당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다. 5시에 수업이 끝나면 거의 항상 기숙사로 돌아와 숙제를 했다. 그렇게 숙제를 하다 밥 먹으러 내려갔다 와서는 샤워하고 다시 숙제를 하거나 복습을 했다. BAC을 위해서도, 수, 금요일마다 있던 시험을 위해서도, 예고없이 치르던 시험을 위해서도, 싫어도 해야만 했다. 문제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11시경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그 때까지 모든 숙제와 복습을 하기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 12시까지 스탠드를 켜놓고 있으면 기숙사 사감이 바깥에서 확인하고는 단박에 올라와 불을 끄라 했다. 그냥 복습을 하고 있었다면 불언해도 잤을테지만, 다음 날 시험이 있다거나 하는 겨우엔 12시에 잘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럴 때는 마치 책 속의 다른 학생들마냥 이불 속에서 외우기도 하고, 면적이 넓은 주위의 모든 물건을 동원해 창 밖으로 새어나가는 불빛을 막아보기도 했다. 잠을 덜 자면 피곤해서 하루를 망친다며 12시에 재우려 했지만, 피곤한 건 다음날 오전 잠깐 뿐이었고, 하루종일 안 졸리고 시험 점수 엉망으로 받느니, 오전에 잠깐 피곤하고 다 외우고 늦게 자는 게 마음 편했다.

물론 그렇게 쉴새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다고 해서 그 모든 시간동안 제대로 공부한 건 아니었다. 워낙에 집중력이 낮고, 주위가 산만했지만 그 해 특히 약한 집중력을 보였기에, 30분 공부하고 1시간 친구한테 편지쓰고, 수학 두 문제 풀고 "상"주는 의미로 30분은 놀았다. 그 때 당시에도 차라리 2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게 6시간 책만 붙들고 앉아서 중간중간 딴 짓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 뿐이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라던지 짜투리 시간에 뭔가를 보고 있지 않으면 항상 불안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외우는 것도 아니었지만, 손에 무언가가 없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며 공부를 했지만, 성적도 별 상승없이 "그럭저럭" Moyenne (중간)를 유지했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나 안 하나 시험을 보면 점수가 비슷비슷했던 것이다. 지금 내가 공부하는 건 "내일"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고 BAC을 위해서라며 놓지 않고 하긴 했지만, 노력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참 맥 빠지는 일이었다. 점점 반 포기 상태로, 되면 되는거고 안 되면 안 되는거란 생각으로 큰 희망없이 공부를 했다. 떨어지더라도 "그 때 조금만 더 열심히 할껄"이란 후회 따윈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성적이 오르지도 않고, 매일 반복되는 같은 생활 속에서 선생님들의 용기와 격려의 말씀이 큰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어느덧 8개월이 지나고, BAC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선풍기도 없는 찌는 교실 안에서 반은 죽어서 문제를 풀고, 외우고 또 외웠다. 과학, 수학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려 했고, 철학의 경우, 수업 필기가 완벽하지 않아서 책을 보고 주제별로 단어의 뜻, 관련 철학자, 사상들만 외우는 것에 그쳤다.

6월 10일, 철학 시험으로 2004년 BAC이 시작되었다. 어차피 철학은 다른 과목들로 만회하려던 생각이었기에 그리 큰 부담없이 시험지를 받아들었다. 운 좋게 가장 많이 외우고, 좋아하던 주제에 걸려 평소에 3쪽을 넘겨본 적도 없었는데 그 날은 4쪽이나 썼다.
가장 문제가 된 과목은 과학이었는데, "설마 나오겠어" 하고 유일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긴 문제가 나왔던 것이었다. 그 큰 문제를 놓쳤으니 과학 평균은 꿈도 못 꿀 처지였다. 그리 큰 희망을 가지고 본 건 아니었지만, 막상 진짜로 유급을 하게 될거란 생각을 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으나, 그 당시 그 학교를 1년 더 다닌다는 것은 내게 있어선 고역이었다. 학교 시스템이나 시설 때문에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일주일 가량의 시험을 모두 끝내자, 어떻게 봤던지간에 무척 홀가분했다. 수능 마친 수험생이었으니까!! 재시험 준비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7월 2일이 찾아왔고, 오후에 합격자 명단이 붙는 학교로 찾아갔다. 출발 전에는 큰 기대도 없었고, 운 좋으면 재시험이나 보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다렸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떨려오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명단을 붙이기 시작하고, 정말 떨리는 기분으로 KIM을 찾아 우선 흰 종이의 이름들을 훑어보았다. (흰 종이엔 1차 합격자들, 노란 종이엔 재시험 볼 학생들 명단을 쓴다) 그러다 "KIM Junghyun"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눈을 믿지 못한다"란 말을 실감했다. 잘못 본 것 같아 다시 확인하고 있는데, 옆 친구가 "Claire, Tu l'as eu"라고 해준 말을 듣고서야 합격했단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때 그 기분은 절대 글로도 표현할 수 없다. 어쨌든 10개월간 받았던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었던 BAC을 따게 된 것도, 합격 후의 그 기분과 그 때와는 다른 생활만을 꿈꾸며 열심히 했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누구든지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 항상 용기를 북돋아 주신 부모님, 친할머니처럼 대해주시고 아껴주신 하숙집 할머니 (그 외 가족들!!), 우울하기 그지없던 생활 속의 유일한 행복이었던 친구들, 동생들, 옆에서 관심과 배려를 잃지 않고 지켜봐주신 학교 선생님들이 안 계셨다면, 이 모든 것들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이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 표하며 쑥스러운 수기를 마친다.

현재 나는 뚜르 대학 심리학 1학년에 재학중이다. 사실 부모님께서는 의대나 건축 쪽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셨지만, 나는 심리학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꿈꾸어왔던 것이기도 하고, 21C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정신적인 건강을 치료하는 상담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