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France > 프랑스 조기유학 가이드

http://blog.naver.com/iltbac?Redirect=Log&logNo=120021858344

등급제를 향하여

-IB를 통한 벤치 마킹

지난 겨울 한국에서 대학 입시 관련 담당자 세미나를 위하여 광화문에 위치한 교육부를 찾은 일이 있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수능 철폐등을 요구하는 한국 교육 현주소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소위 데모라는 형태로 교육부 바로 앞의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수능 철폐‘라는 다소 거친 목소리를 등 뒤로 하며 교육부의 입시 유관 부서를 들어섰을 때 마주 친 것은 과로로 지친 교육 관계자들의 힘든 얼굴이었다.

과연 한국의 교육제도 혹은 입시제도는 그렇게 큰 오류를 범하며 소위 망국병이라 일컬어지는 사교육 폭발의 주원인을 제공한 것이었을까. 혹시 한국의 고속 성장의 일등 공신이 오히려 교육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교육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에서부터 촉발된 교육 환경의 영향이 모든 제도를 제도이지 못할 정도로 제도와 전문인력을 질식 시킨 것은 아닐까. 올해도 수능이 끝나면 십중 팔구는 반복될 일일 것이다. 작금의 상황으로 짐작컨대 그 원인(原因)과 원인(遠因)을 잘 살펴보고 앞날을 준비하기위한 지표들을 눈여겨 볼 때가 이미 무르익음을 넘어 선 것으로 사료된다. 원인을 분석한다는 것이 사안에 대한 공과나 책임의 소재를 묻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일 것이다. 그 책임이 제도 입안자에게 있든 제도 수혜자에게 있든 이제는 현재 한국 교육의 상황과 진실을 직시하고 세계 교육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우리 교육의 새로운 지형도를 살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의 정당한 권위가 정당한 무게로 작용하여 교육이 교육답게 이루어지는 도상에 진입하기 위하여 보다 과감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폐쇄적인 환경이기에 벌어진 집안 싸움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르기 떄문이다.

그런 면에서 2008년부터 시행되는 등급제 대입제도의 교육부 발표가 새삼 새로운 희망이요 탈출구로 보인다. 그러나 등급제에 대한 경험이 한국에서는 별로 축적되어있지 않다. 교사도 학생도 교육기관도 학부모도 모두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 것이며 선발주최인 대학 역시 충분한 경험과 통계적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는 않다. 분명 세계 주요 국가의 중등 교육 과정이나 대학 선발과정의 경향을 볼 때는 이 등급제로의 전환은 시의 적절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이 충분하지 못한 경험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미 등급제에 익숙해진 세계주요국가들은 자신의 교육 지표가 또 다른 지향점을 향하도록 개선시키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의 대학들은 각 국가별 토양에 적합하게 배양된 입시제도간의 호환성을 개념적인 면과 기술적인 면에서 이미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즉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에서 얻은 등급은 상호 호환성의 원칙에 의하여 영국과 미국에서도 유효하다. 최근 에라스무스 제도의 활성화로 그 등급은 대학에 입학한 후의 편입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대학간의 국가적 개방은 이 차원을 넘어 세계 공통의 입시제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 가 현재 그 역할을 충실히 떠맡고 있다.

IB는 1970년대 유럽 공동체(EC)의 탄생과 발맞추어 탄생된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이다. 유럽 공동체는 경제적 목적을 우선으로 하고 있었지만 인재의 발굴과 공유라는 개념을 그 속에 담고 있었고 이와 같은 제도적 치밀함에 힘입어 오늘날 EU라는 거대한 국가 조직을 무리없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IB를 관장하는 기구인 IBO는 교육 재단의 성격을 가진 독자적인 국제기구로 스위스의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다. 2000년대 EU의 탄생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제도1)는 일단은 교육과정으로서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의 이년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커리큘럼이며 마지막에 가서는 시험을 치루어 성적을 산출하는 대입고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IB 디플로마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시험을 보도록 되어 있다.

IB는 2003년 현재 세계 총 1126개 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륙별로는 440 개교가 등록되어 전체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주가 IB의 본 고장인 유럽보다 오히려 활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유럽은 276개교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아시아권에도 76개 고등학교에서 IB프로그램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 일본은 물론 중국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도 고급 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좀더 세부적으로 IB를 살펴보자. IB에서 학생들이 수강하여야 할 과목은 6개로 한정되어 있다. 언어 영역은 모국어(Language A)2)와 외국어(Lnaguage B)를 들어야 하며 수학, 과학 과목 중 하나 이상 사회 과목 중 하나 이상 그리고 원하는 경우는 예술(미술, 음악,드라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각 과목은 7 등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7등급이 최고 등급이며 내려갈수록 낮은 등급이 된다. 4등급이면 고등학교 고등학교 학력 인정 등급이고 5등급이면 우수 6등급 이상은 대학 과정에서 대한 이해도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전체 인원 중 상위 5% 내지 10%정도의 학생이 7등급 을 얻고 있으며 상위 20%정도의 학생이 6등급3)을 얻고 있다. 6개 과목 7등급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학생들이 학과목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점은 42점인데 졸업 논문과 철학에서 3점까지를 얻을 수 있어 실제로는 총 45점이 만점이 된다.4) 2003년 총 18390명의 수험생중 45점을 획득한 학생은 49명으로 전체의 0.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캠브리지등 유럽의 특급대학이 요구하는 40점 이상 획득자는 1440명으로 전체 중 상위 2.8%에 드는 것으로 집계된다5).

IB에 대한 대학들의 반응은 국가 별로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IB는 대학 일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학생 선발시 가산점을 주고 있다. 자국의 선발 제도인 SAT와 연계합산하고 있으며 AP와 동일한 심화 학습 과정으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대학들은 IB를 자국 선발 시험과 동일한 자격및 권리를 주고 있다. 즉, IB 디플로마를 합격한 학생은 영국이든 프랑스이든 자유롭게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학간의 서열이 비교적 또렷한 영국의 경우는 각 대학 별로 IB점수의 커트라인을 상정하고 있다.6) 또한 영국에서는 본국의 ‘수능시험’인 A Level을 IB와 동일한 성적분포로 개선하여 올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정권의 야심찬 교육 개혁의 주요 안건이었고 교육 세계화에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함께 함으로써 이제까지 고수되어 오던 캐임브리지 위주의 제도를 세계화에 편입시키게 되었다. 현재는 IB 전 과정인 MYP(Middle year program)와 GCSC a및 IGCSC를 연계시키는가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IBO 역시 이 문제를 이번 정기 연례 세미나7)의 주요안건으로 상정하였다.

대학이 평준화된 프랑스에서는 디플로마를 획득한 경우 자유롭게 진학할 수 있다. 단 특수 단과 대학이나 그렁제꼴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최저점이 부가되어진다.8) 아시아 권에서는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본국의 대입 선발 고사와 동일한 효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본국의 인재뿐 아니라 외국의 인재까지를 조기에 확보하고자 하는 방편인 것으로 이해되어지며 본국의 인재를 조기에 유출당하지 않으려는 자구책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일본의 국가 입시를 거치지 않고 IB 성적만으로 동경대학등 일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길을 터 놓고 있다. 이제까지 IB 디플로마를 획득한 학생들의 걸출한 수학능력이 확인됨에 따라 일본 교무성은 IB에 관한 다양한 국가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IB에 의한 학생 의식의 국제화 조사9)로 현재 IB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의식을 5년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 5년 지난 후 이 학생들의 직장 선택에 미친 IB의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즉 국제적인 교육인 국제적인 경력으로 연결되는가 하는 것이 그 호기심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는 연구과제인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 역시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가 이번 정원외 입학 중 재외국민 자녀 선발시 심화 학습 과정으로 IB를 처음 인정함으로서 IB의 한국 상륙에 물꼬를 트는데 성공하였다. 향후의 향방이 자못 기대된다.

IB가 세계적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바탕에는 아래와 같은 몇 가지의 원론적인 강점이 자리잡고 있다.

1) 소수의 과목 선택 및 심화학습

2) 다양한 외국어의 선택

3) 각국의 문화적 토양 존중

4) 창조적 사고의 함양

5) 자율적 연구를 통한 학습 의욕 동기화

6) 국제 시민의로서의 능력 배양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간추려 말하면 IB는 창조적이며 ‘질’이 우선되며 학습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교육으로 그들의 자율성과 생산성이 보장되는 선상에 있는 교육이라는 것일 것이다. 이는 아마도 한국 교육이 지향하는 교육의 방향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제까지의 한국 대학 입학의 기능을 떠 맡아온 현행 수능 제도가 학생들간의 합격 불합격을 결정할 변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부분의 교육 전문가들은 불행이도 부정적인 답변을 낼 것이다. 실제로 일정 수학 능력 이상의 학생들간의 과열 경쟁이 조성된 것이 사교육비 증가의 큰 원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입 제도에 있어서 한국식 형평성과 투명성의 보장이 요구될 때 다시 예전의 형평성이라는 잣대를 버리지 못한 어정쩡한 등급제로의 전환이라면 결코 한국 교육은 양에서 질로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다. 제도의 전환은 사고의 전환이 수행되지 않는 한 그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이 인식의 전환은 피교육자에 대한 학습 동기 부여라는 아주 원초적인 문제에서부터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교육은 정책 결정이라는 행정적, 정책적 업무에서 끝나지 않고 교실 내에서도 설득되어져야 할 매우 실질적이고 개별적이며 어쩌면 사소한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학습 동기 유발의 배경에는 위기의식의 촉발과 상호 경쟁 조성이 두 개의 큰 축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등급제의 경우에는 교실 내의 경쟁 대상이 비가시적이기에 경쟁 그 자체가 학습동기의 절대가 되지는 못한다. 학습자의 자율적 학습과 연구가 보장될 때만이 충분한 학습 동기가 유발될 것이다. 이제 학습 동기가 학습 자체에서 유발되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 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창조적이라는 말은 곧 자율적이라는 단어와 생산적이라는 단어의 결합체이다. 따라서 전술한 바와 같이 이제 한국에서의 교육은 ‘창조적이며 질적이고 피학습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교육은 피 교육자의 자율성과 생산성이 보장되는 선상에 있는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 생산적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가 유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 가지의 제언은 이제 한국의 교육이 질적인 향상을 시도하는 시점에 온 만큼 피교육자의 장래와 연결된, 가능한한 바람직한 사회상을 가지는, 교육과 선발제도를 가져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기본의 임무가 인재를 선발 육성하는 것이라면 수험생에게 있어 대학의 진학은 보다 긍정적인 사회 생활을 위한 한 관문일 뿐인 것이다. 즉 교육 제도는 교육이 일관성(consistancy)와 연계성(continuity)을 근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이어야 할것이다. 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 사이에 이 두 요소사 있어야 할 것이며 대학 교육과 이들의 사회생활 사이에 이 두요소가 또한 지렛대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이세들이 국제 시민으로 살아가기에 합당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국의 교육제도가 향하여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선진 교육, 국제 교육-IB론|작성자 로깡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