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 대학교까지 오는 데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어머니는 안 그래도 학사 학위를 다시 공부하는 나에게 종종 불만을 표출하시고는 했는데, 한 번은 프랑스 출장으로 투르를 방문할 일이 생기자 나에게 투르 대학에 석사 과정으로 원서를 넣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또다시 9월 개학 직전에 새로 원서를 넣는 계획을 진행하게 됐다.
당연히 처음에는 안 된다는 대답이 왔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대학교는 3월 즈음부터 입학 서류를 받고, 7월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4] 정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고, 학교 측에서는 해보고 싶으면 해보라는 식으로 우리에게 학장의 이름과 연락처를 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학장에게 메일을 썼다. 8대학에 입학할 때와 비슷한 식으로 약간의 거짓말과 절실함을 섞은 정중한 메일을 썼다. 그러자 진심이 통했던 것인지, 학장에게서 학교에 와도 좋다는 답장이 왔고, 나는 바로 그 메일 만을 손에 든 채 투르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방문해서 입학/행정 사무실에 방문해 입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에는 절대 안 된다는 답이 왔다. 학장의 메일을 보고는 약간 고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래 시스템에 어긋나기 때문에 원서를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날 바로 학장에게 방문하러 가겠다고 급히 메일을 쓰고, 다음 날 학장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그때가 금요일이었는데, 알고 보니 학장이 학교에 오지 않는 날이었다. 하지만 나의 메일을 읽어준 것인지 금요일 오전부터 학교에 와 계셨고, 나와 어머니가 사정 설명을 하자, 바로 미술사 학부 담당자들을 불러내 내 서류를 받아주라고 했다. 아직도 학장의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 맴돈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는데 어째서 막고 있는가 !"
나는 또다시 4년 전처럼 캠퍼스 내 의자에 앉아 노트북으로 급히 서류를 작성하고 온라인으로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나는 미술사 석사 과정에 원서를 냈으나, 서류 심사 끝에 석사 과정은 떨어지고 학사 과정에 붙게 되었다. 어머니는 결과에 굴복하지 못하시고 학교에 가서 더 따져보라 하셨지만, 나는 이것에도 만족했다. 그렇게 투르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이전에 다녔던 고등학교의 영향으로 투르는 종종 방문했던 학교였던지라, 마치 오랜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도시 곳곳에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남겨져 있었다.
투르는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중세 프랑스의 핵심과 같은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 근처에 많은 고성들과 건축물이 있다. 그렇기에 미술사와 역사를 공부하기에는 제격인 도시였다. 여름 관광 시즌이 되면, 주변 고성 측에서 대학생 인턴/연수생들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참고로 인근 고성들은 일반 교통수단으로는 가기 힘들어, 인턴십 조건으로 자차를 요구하기도 하니 주의.
파리 가톨릭 대학과 마찬가지로 이미 시간표가 정해져 있었지만, 선택 가능 수업이 몇 개 있어서 조금 더 자율성이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중세 유럽까지의 전반적인 역사와 예술을 배웠는데, 선택 과목으로는 근현대 미술이나 문화유산 같은 꼭 역사에만 묶여있지 않은 좀 더 심화적인 강의도 있었다. 그리고 근현대 미술이라 하면 당연히 나의 전공 분야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귀엽고 (?) 재밌게 들었던 수업이었다.
한 가지 특이점이라 하면, 파리 8대학이든 파리 가톨릭 대학이든 언어 수업[5]은 의무였고, 매 학년 초마다 레벨 테스트를 봤지만, 투르 대학교는 그런 것 없이 반 전체가 단체로 같은 수준의 영어 수업을 들었다. 대신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A2에서 B1 수준의 영어만 해도 무리 없는 수업 수준으로 기억한다.
투르 대학교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외국인 학생이 굉장히 적었다. 아니면 적어도 내가 다녔던 미술사학과에는 내가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담으로, 프랑스 내에서도 파리는 아예 별개로 볼 정도로 파리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박하다. 우리나라의 서울과 비슷하게, 메가시티면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차갑다는 선입견 아닌 선입견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투르에 다시 되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안타깝게도, 내가 투르 대학에 다녔던 2019년 – 2020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2학기 전체는 아예 온라인으로만 진행이 되었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교수가 수업을 해주는 것도 아닌, 교수가 수업 자료나 수업 녹음 파일을 학교 플랫폼에 올리는 식으로 다소 서투르고 조잡하게 진행됐다 보니 나 역시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측에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 보니 제대로 준비를 못 한 것이 컸다. 연말/기말시험은 전부 온라인 과제로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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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8년의 유학 생활이 끝났다. 처음에는 원치 않았던 프랑스 유학이었지만 결국에는 인생의 3분의 1을 프랑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비록 나의 8년 반 간의 유학생활은 이렇게 일단락 되었지만 후회 없이 알찬 경험이었고, 그 동안의 생활을 모두 글로 담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CIO France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서 프랑스 유학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며, 혹시나 더 많은 질문이 있다면 부담갖지 말고 상담요청해주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