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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일. 한국 나이로 15살(중 3 겨울방학)이 됨과 동시에 프랑스로 출국했다. 당시 프랑스어는 한 마디도 구사할 줄 몰라서 처음에는 많이 두려웠었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 바로 생드니에 가기 위해 tours 도시에서 약 40km 떨어진  작은 마을 로쉬로 향했다.  픽업나온 차를 타고 한국학생 2명과 생드니 중 고등학교에 도착했을 때, 앞으로 함께 살게 될 40대의 젊은 부부와 그들의 두 딸이 미리 마중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처음 3달 간은 프랑스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데다가, 나와 홈스테이 모두 영어에 능통하지 못해서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땐 어떻게 함께 생활이 가능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만국 공통의 바디랭귀지가 있었고, 홈스테이 분들도 너무나 다정하신 분들이셔서 2년 간 큰 문제 없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드니 첫 등교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2년 1월 5일.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개학날이었다. 아침 등교 시간. 홈스테이는 나를 학교 정문에 차로 데려다주고, 금요일에 보자며 파이팅을 외쳐주셨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학교의 구조를 전혀 몰랐다. 학교 정문과 후문이 따로 있고, 학교 안에 서로 다른 건물만 대략 7개가 있는데, 난 이 중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전혀 몰랐다.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할 줄 아는 말 역시 없었다. 생에 이런 일이 처음이었던지라, 한참을 그저 멍하니 눈 앞에 지나가는 프랑스 학생들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다른 학생들이 분주하게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행히 그 때 또래로 보이는 한 프랑스 여자아이가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짧은 영어로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어디서 왔냐, 아는 사람 있냐, 선생님 이름은 아느냐, 혹시 길을 잃은 것이냐 등등.. 그 아이 덕분에 무사히 FLE교실을 찾을 수 있었고, 수업이 시작한 지 20분 뒤에야 다른 외국 학생들과 첫 프랑스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말 한 마디 통하지 않는 해외에서 어린 나이에 부모님 없이 살아가는 건 힘들다. 하지만 생드니에서 보냈던 3년 반 간은 그다지 그런 느낌이 없었다. 맨 처음에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 문제를 빼고는 꽤 즐겁게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학교에 같은 한국 학생들도 여러 명 있었고, 학교에서는 매일 약 7시간씩 프랑스어 집중 수업만 들었었기 때문에 실력도 금방 늘었다. 기숙사에서도 프랑스 학생들과 함께 방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그 아이들도 정말 착했다. 가뜩이나 말 수가 적은 데다가 프랑스어 실력도 떨어지는 나에게 불평 한 마디 안 하고, 오히려 내가 조금씩 프랑스어를 말하기 시작하자 칭찬해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가족 한 명 없이 해외에서 혼자 살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간혹 가다가 인종차별적 망언을 하는 어린 현지 학생들도 있다. 아무래도 생드니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이 소수인데다가, 아직 성숙하지 못 한 나이이기 때문에 그런 망언은 피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이런 문제는 아주 엄중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다행히도 지금은 그런 일이 별로 없다.

오히려 생드니에서의 3년 반 이란 시간 동안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게 뭐냐고 물어보면, 그건 바로 학업 스트레스였다. 나는 웬만하면 주변 일에 신경을 크게 안 쓰고, 문제가 생겨도 금방 처리하고 바로 잊는 편이라, 살면서 딱히 큰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이 없는 편인데, 성적은 정말로 나 자신과의 싸움과 동시에 숫자로 나의 수준을 등급으로 매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게다가 프랑스어 배운 지 됐다면 얼마나 됐다고, 현지 프랑스인들과 같은 수업을 들으면서, 같은 시험을 치고, 같은 수능을 쳐서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대학에 합격하라니.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2학년 때와 3학년 때는 그다지 즐거운 기억이 많지 않다. 아무래도 프랑스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하면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이럴 때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한국 친구들이 정말 도움과 힘이 돼주었다.

프랑스에 처음 갔던 2012년 1월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한 2015년 6월. 어느 새 3년 반이란 시간을 생드니에서 보냈었다.

솔직히 맨 처음에는 프랑스에 가고 싶지 않았었다. 그 당시  중학교 3학년 겨울바캉스였고 , 프랑스어도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데, 아무리 그 언어를 배우러 가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말 한 마디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이 되고 두려웠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이라면서 나를 다독여주며 정 안 되겠으면 3개월만 있다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라고 하셨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살기 좋았다. 기숙사 시설도 좋고, 홈스테이 분들도 매우 착하셨다. 프랑스인 친구들도 시간과 함께 한 명씩 사귀어 나가는 것도 기뻤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한국인들에 비해 성적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놀기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숫자보다는 개개인의 생각 방식과 논리 그리고 고찰, 그러니까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시험 문제가 주관식으로 되어,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수업 시간의 배운 것을 글로 논리정연하게, 채점관을 설득하듯 풀어 써야 한다.
한국같이 모든 것을 전부 외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과 계열 과목은 예외다). 처음에는 이런 시험 방식에 적응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프랑스어 실력과는 별개로, 내가 지금까지 배우고 익혀왔던 방식을 버리고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시험을 쳤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랑스 학교에서 '내'가 주체가 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이 하나같이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한 것 같다..)

이러하듯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얻은 것이 많다. 특히 내가 프랑스에서 부모님 없이 살면서 사회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또 다소 보수적이고 딱딱했던 생각 방식도 바꾸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지금도 가끔 내가 만약 생드니를 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아마도 한국에서 되지도 않는 공부 해가면서 경쟁에 휩쓸려 어딘가에서 사회의 패배자가 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해외 유학이라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더군다나 조기유학이라면. 하지만 나는 내가 일찍 프랑스로 유학을 갔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생드니에서의 중/고등학교 생활은 내 인생의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지금은  9월에   파리 8대학 art plastique  1학년으로 등록해서 대학 수업을 듣고 있다 . 프랑스는 대학입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2학년 올라가는 것이 관건이라  입학의 즐거움도 잠시며  하루하루 생활이 바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두번째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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